전시명
따뜻한 동행 – 정웅기 소장품展-
故권영술 김금자 김상구 김수귀 김양희 김영철(아천) 故김용관 故김충순 故김치현 故박민평 박종임 송계일(벽하) 송재명 유경원 유경진 유휴열 이건용 故이복수 이상재(녹설) 이성재 이승백 이 용(산민) 이우평 이정웅 이종만 이철규 이철량 이철수 임대준 故전병하 정석용 정우홍(혜산) 故정이순 조래장 故조병철(모헌) 조병철 조영대 조영철 조한열(훈목) 故지용출 채석희 최지선 故하반영 하수정(람곡) 한봉림 한은주 故한춘희 故허산옥(남전) 허성철
전시일정
2021. 08. 03. 화-09. 30. 목
전시설명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그의 긴 세월의 궤적이다.
㈜하이엘의 정웅기 회장과 나의 남편 유휴열씨와의 관계는 혈육이나 직업은 다를지라도 고흐와 테오로 비유되곤 한다.
외국 나가기가 쉽지 않던 80년대, 파리에서 개인전 초청장을 받고 막막해하는 유휴열씨에게 그가 선뜻 비행기표를 끊어 준 것을 시작으로, 삶의 굽이굽이마다 정웅기 회장은 그림자처럼 그의 곁에 있었다. 국내든 외국이든 전시회 오프닝 뒷풀이는 그의 몫이었고 크고 작은 모든 일에 그는 말없이 친구이자 형제, 후원자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야말로 평생 동반자이자 동행하는 도반이었다.
사업가로서 위기와 고충이 셀 수 없이 많았으련만 그는 언제나 넉넉한 웃음과 풍요로움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제조업을 고집해 온 그는 벼랑 끝에 몰리는 시련을 겪을 때도 사단법인 <마당>의 이사장으로 전북 문화의 한 축을 오랫동안 감당해 왔었다.
얼마 전 ‘이건희 컬렉션’으로 예술품 소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 리스트와 한국 대표작가의 미술품 목록이 밝혀졌을 때, 천문학적인 작품가격에 놀라고 일반인들이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설레기도 했다.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아끼는 것은 어쩌면 내림인지도 모르겠다. 보고 자라는대로 행동한다는데 그의 부친 정찬문 회장님도 일찍이 많은 예술인들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셨다. 유명, 무명을 따지지 않고 순수한 열정으로 그들과 교우하셨고 청빈한 삶 속에서도 그들을 돌보는데는 아낌이 없으셨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대부분 전북지역과 연관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다. 그가 젊은 시절부터 한 점씩 한 점씩 모은 것으로 각각 사연과 추억이 깃들어있다. 그 당시 작가들에게 웃음과 용기를 주었고 때로는 학비가 병원비가 생활비가 되기도 했었다. 미술사적으로 거창하거나 놀랄만한 가격의 작품들은 아닐지라도 한 개인이 이만큼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회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전시회를 준비하며, 오랜 세월을 견디느라 낡고 뒤틀린 액자와 빛바랜 작품들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그때는 청년이었던 분들이 어깨가 구부정한 노인이 되었다. 전북미술의 자취와 흔적이 느껴졌고 그 뒤편에 그의 삶의 조각들이 보였다. 가장으로서 사업가로서 한 사회인으로서 지금까지 그가 이룬 것을 세세히 알 수는 없지만 몇십 년 동안 그와 함께한 작품들이 그의 또 다른 한 면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남편 유휴열씨에게 그가 건넨 우정과 수많은 작가들에게 내밀었던 따뜻한 손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 작품들은 그의 삶의 편린들이다.
비로소 그가 <큰바위 얼굴>인 것을 알았다.
2021년 8월
사단법인 모악재 이사장 최명순